어떤 역사적 사건의 사실 여부를 따질 때 증거가 확실한지의 여부는 무엇으로 판단하나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내용 자체에 문제가 없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태종 3년 2월 1일에 주상이 자동차를 타고 PC방에 가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겼더라... 라고 하면 볼 것도 없이 가짜겠죠. 물론 이렇게 대놓고 틀린 경우는 많지 않고, 그 시대에는 아직 안 쓰였던 단어나 표기가 쓰였다거나 그 시대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사상(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약간 과장한 예를 들면 세종 시대에 민주주의 운운한다거나)이 나오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음으로는, 그 책이 다른 사료들에 나와 있는 등으로 그 시대에 편찬되었음이 확실한 경우입니다. 실록 같은 경우 다음 왕의 실록에 편찬을 했다는 기록도 있고, 여러 기록으로 실록이 편찬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당연하지만 이 "다른 사료" 가 많으면 많을수록 진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책의 내용이 다른 사료와 교차검증이 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실록에 왕이 신하의 말을 듣고 화를 냈다고 실려 있는데 그 신하가 쓴 책에 내가 이런 말을 했더니 전하께서 진노하셨더라... 라고 나오는 경우죠. 이 경우도 역시 교차검증을 할 수 있는 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끝으로 살짝 애매하지만, 책의 내용이 가짜라고 볼 분명한 근거가 없는 경우라도 진짜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든 이런 기록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게 거짓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그러니 이 기록을 믿는다... 라는 것이죠. 물론 이 경우도 "다른 기록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